런던/두바이, 5월9일 (로이터) -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가 아무런 충돌없이 원만히 마무리 되리라고 기대하는 참가자는 아무도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일부 참가자들은 예전보다 더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OPEC 비엔나 회의 내용에 정통한 두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회의에서 한 OPEC 대표는 'OPEC이 죽었다'고 선언했다.
지난 56년 OPEC 역사에서 이런 발언이 나온 것이 처음도 아닌 데다, 저유가 시대에 OPEC이 장수하기란 사실상 어려울 수도 있다.
OPEC에서 가장 입김이 센 회원국인 사우디 아라비아는 2014년 중반부터 유가가 급락한 상황에서 모든 회원국의 단결된 행동만이 저유가 국면 을 타개할 최고의 해법이라는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사우디 아라비아조차 저유가가 일시적인 추세가 아닌 글로벌 원유시장에서의 구조적 변화를 반영한 결과인 만큼, 국제유가 목표를 정하는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하고 있다.
OPEC 내에서는 이미 저유가 문제를 어떻게 타개할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지난달에는 사우디 아라비아와 주요 경쟁국인 이란이 15년 만에 처음 이뤄진 산유량 동결 협상을 무산시키면서 국제유가 상승에 일조했다.
이들간 갈등은 OPEC의 장기전략을 논의하는 이번 회의에서 다시 부각됐다.
소식통에 따르면 사우디 아라비아의 OPEC 대표에게 OPEC의 종말을 선언한 인물은 비걸프아랍 지역 산유국 대표로 OPEC이 국제유가 목표를 정 해야 할 지를 두고 논쟁하는 과정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란은 유가 목표를 정하는 것이 OPEC이 설립된 주요한 이유이며, '효과적인 산유량 관리'를 장기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OPEC 사우디아라비아 대표 모하메드 알-마디는 지난 수년간 원유시장에 중대한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유가 목표를 정하려는 시도가 헛수고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이처럼 중대한 입장 변화를 주도한 핵심 인물은 지난해 사우디에서 에너지와 경제 정책과 관련한 실권을 장악한 사우디 모하마드 빈살만 왕자다.
사우디 원유정책에 정통한 일부 소식통에 따르면 원유가 희귀 자원으로 인식되던 시절, 사우디는 산유량과 시장 점유율을 낮추더라도 장기 수익을 극대화 하는데 정책의 초점을 두었다.
하지만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자 사우디 정부는 시장 점유율을 더 중시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쪽으로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글로벌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에 석유를 낮은 가격에라도 팔기 위해서는 산유량을 줄이기보다는 현재의 저유가에라도 생산을 늘리는 게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당장 지난해 예산적자가 979억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15%에 이르는 등 국내적으로 당장 자금도 쪼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사우디가 당장 모든 생산국들의 이익을 위해 산유량을 줄이는 과거의 패턴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편집 이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