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일본 정부는 올해 도쿄올림픽을 1년 연기하기로 지난 24일 결정했다. 이로 인해 한국 기업들의 올림픽 마케팅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로이터연합뉴스
‘NHK, 세계 최초로 올림픽 8K(초고화질) 생중계’ ‘NTT도코모,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
국내 전자업계에 이 같은 희소식을 안겨줬던 일본 도쿄올림픽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끝내 1년 연기되면서 특수를 기대했던 기업들이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다. 지난해부터 공들여 준비했던 도쿄올림픽 관련 마케팅 계획이 전면 취소돼 영업 공백이 불가피해졌다는 지적이다.
‘올림픽 특수’ 놓친 삼성
25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따르면 도쿄올림픽 공식 스폰서십 체결 기업은 80곳이다. 삼성전자는 그중에서도 최상위 등급 공식 후원사인 ‘TOP(The Olympic Partner)’다. IOC는 분야별로 TOP 기업을 한 곳만 선정해 독점적인 마케팅 권한을 준다. 그만큼 올림픽이 열리는 해에 누릴 수 있는 홍보 효과가 크다.
예전 같았으면 올림픽의 막이 오르기 몇 개월 전부터 광고·마케팅에 열을 올렸겠지만 지난해 일본 수출규제로 촉발된 한·일 갈등 여파로 대대적인 마케팅을 하지 못했다. 삼성은 지난달에야 갤럭시S20플러스 도쿄올림픽 특별판을 공개했다. 선수들에게 특별판 스마트폰을 지급하고, 경기가 시작되면 갤럭시S20 시리즈와 갤럭시Z플립 등을 글로벌 시장에 집중적으로 홍보할 계획이었지만 ‘물거품’이 됐다.
국내 스마트폰업계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일본 내에서 5G 이동통신 투자가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다. 일본 통신사인 NTT도코모와 KDDI, 소프트뱅크가 이날부터 27일까지 차례로 5G 서비스를 시작한다. 하지만 이들 업체가 도쿄올림픽에서 제공하기로 했던 5G를 적용한 스타디움 솔루션과 드론 경비 시스템, 가상현실(VR)을 통한 체험형 서비스 등은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단말기 제조사들은 아이폰 사용자가 많은 일본에서 아직 5G 스마트폰을 출시하지 못한 애플의 빈자리를 두고 점유율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전망됐지만 김이 빠지게 됐다. 일본 통신업체에 5G 네트워크 장비를 공급하는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도 일본 기업들의 투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차 스포츠마케팅 ‘비상’
TV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짝수해=TV 판매 성수기’라는 공식이 무너질 판이어서다. 각종 스포츠 행사가 4년마다 열리기 때문에 통상 짝수해에는 스포츠 경기를 대화면으로 더 선명하게 보기 위한 수요가 많아져 TV 판매량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었다. 특히 올해는 도쿄올림픽,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20), 코파 아메리카 등이 한꺼번에 열려 ‘큰장’이 설 것으로 기대됐다. 전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아시아, 유럽, 남미 수요를 이끌 것으로 기대했던 3개 행사가 모두 연기돼 ‘3펀치’를 한꺼번에 맞았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와 함께 준비했던 마케팅 계획도 모두 취소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프리미엄 제품인 8K TV 대세화를 이룬다는 전략이었다. 일본 공영방송인 NHK가 세계 최초로 도쿄올림픽을 8K로 생중계할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8K TV의 가장 큰 한계로 지목되는 콘텐츠 부족 문제를 해결할 기회였지만 미뤄지게 됐다.
업체들은 수요 위축으로 영업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생산비용까지 올라가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중국 공장들이 잇따라 ‘셧다운(일시 가동 중단)’하면서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가격이 오르고 있어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옛 IHS마킷)는 올해 LCD 패널 출하량이 작년보다 10%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TV업계 관계자는 “2분기부터 수요는 줄어드는데 재료값은 오르는 ‘샌드위치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자동차업계는 유럽 지역에서 각종 축구 대회와 리그가 중단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기아자동차와 한국타이어 등이 공식 후원하는 유럽축구연맹 주관 클럽 대항전 유로파리그는 16강전이 진행되다가 코로나19로 일정이 중단됐다. 기아차는 5월 27일 폴란드에서 열릴 예정이던 유로파리그 결승전에 맞춰 신차 홍보 행사를 기획했으나 추진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고재연/박상용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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