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승동 기자 =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원장 취임 직전까지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보험) 사외이사를 맡았다. 재직기간은 2013년 12월 24일부터 작년 5월 7일까지. 윤 원장은 이사회 내 보수위원회와 위험관리위원회 이사를 맡았다. 이사회에 100% 출석했고, 상정된 안건에 100% 찬성했다. 성실하게 사외이사직을 수행한 거다.
금감원으로 자리를 옮긴 후 윤 원장은 오렌지라이프 사외이사 경력을 슬그머니 감췄다.
그러면서 지난해 9월 7일 보험사 CEO들과 첫 번째 만나는 자리에서 ‘소비자’라는 단어를 11번 언급하며 보험사를 압박했다. 잘못된 제도와 관행 개선을 위한 보험감독 혁신 TF(테스크포스)를 가동하겠다는 의지도 전했다. 소비자 가 보험을 믿지 못하는 이유로 △어려운 약관 △부실한 상품 안내 △불투명한 보험금 지급 등을 지목했다. 불완전판매를 초래하는 고질적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9월 20일 보험감독 혁신 TF 첫 회의에서 그는 불완전판매 등으로 보험산업 신뢰도가 높지 않다며 업무 보험업무 전반에 대한 혁신이 필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오렌지라이프는 보험사 가운데 소비자 민원이 많은 보험사다. 지난해 3분기까지 KDB생명 다음으로 건수가 많았다. 대외민원이란 오렌지라이프 내부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금융감독원 등 기관에까지 제기한 민원이다. 민원이 많다는 건 그만큼 소비자와 신뢰를 지키지 못했다는 거다.
1971년 미 스탠포드대학 심리학과는 일명 ‘감옥 실험’을 했다. 평범한 대학생을 죄수와 교도관으로 구분, 역할을 주었다. 그러자 교도관은 정말 죄수들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죄수가 반항하면 교도관은 물리적인 힘으로 억누르기도 했다. 14일간 진행될 예정이었던 이 실험은 여러 문제로 6일만에 중단, 심리학 역사에 중요 실험으로 남게됐다. 이 실험은 사람이 자리를 만들기도 하지만 자리가 사람을 만들기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쩌면 사외이사 시절 윤 원장은 스탠포드 실험에서 죄수 역할을 맡았던 건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금은 역할이 바뀌었을 수도 있다. 오렌지라이프 사외이사 시절 목격한 보험의 어두운 모습을 개선하려고 빼들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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