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수사회 문화는 고루하다. 그래서 새로운 시도를 찾기 힘들다. 교수 창업에 대한 인식도 마찬가지다. 교수가 창업했다고 하면 속물이라고 하는 사람이 꽤 있다. 교수가 돈벌이에 나선다는 따가운 시선뿐 아니라 창업 교수의 월급마저 깎는 학교도 있다.
하지만 2009년 문을 연 UNIST(울산과학기술원)의 분위기는 다르다. 창업한 교수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는 것은 물론 한발 더 나아가 창업을 독려하고 있다.
그래서 여러 대학에서 교수 임용 제안을 받았지만 창업하기 위해 UNIST로 향하는 교수도 있다. 교수 임용과 동시에 창업했다는 한 교수는 “다른 대학이었으면 선배 교수들의 따가운 눈총을 견뎌야 했겠지만 UNIST에서는 연구 못지않게 기술 창업이 중요하다는 구성원의 공감대가 있다”고 전했다. 다른 대학과 달리 창업해도 교수가 받는 월급에 영향이 없다고 덧붙였다. 교수들이 행정이나 연구, 수업 등의 부담을 덜고 도전적으로 창업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얘기다.
UNIST는 개교 당시부터 ‘원천기술 기반으로 국가산업을 창출해 인류의 삶에 공헌하는 세계적 과학기술선도대학’을 표방했다. 2014년부터 교수의 창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2015년 4개에 불과하던 교수 창업 기업은 지난해 30개까지 늘었다. 전체 300명의 교수 중 10%가량이 사장님인 셈이다.
UNIST는 지방(울산)이라는 지역적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처음부터 세계적 대학과의 협업이라는 전략을 택했다. UNIST 관계자는 “기술력을 가진 교수들이 창업하면 가장 어려움을 겪는 것이 투자와 판로 개척”이라며 “학교 차원에서 미국 버클리대, 스위스 바젤대 등과 글로벌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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