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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 종양 절제기기 '맘모톰' 둘러싼 병원과 보험사의 1000억원대 소송전

입력: 2019- 08- 20- 오전 12:03
© Reuters.

의료계와 보험업계가 유방 종양 진단기기 맘모톰 사용을 둘러싸고 1000억원대 소송전에 나섰다. 단일 의료 행위와 관련해서는 최대 규모다. 본래 기능인 진단 이외에 종양 절제에도 맘모톰을 사용한 일선 병원이 보험사로부터 실손보험금을 부당하게 받았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문재인 케어’로 국민건강보험 지급 대상이 대폭 확대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다. 보험업계는 비슷한 문제가 백내장 시술 등 다른 영역에도 있다고 판단하고 ‘전선’을 확대할 방침이어서 후폭풍도 거셀 전망이다.

◆맘모톰이 뭐길래

한경DB

맘모톰은 미국 맘모톰사가 1995년 선보인 의료기기로 국내에는 1999년 도입됐다. 회전칼이 부착된 바늘로 유방 조직을 잘라내 유방암을 비롯한 각종 질환을 검사하는 기기지만 곧 양성 종양 절제에도 사용되기 시작했다. 기존 수술법에 비해 흉터가 적으면서 종양을 정밀하게 잘라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20년간 사용된 의료기술이 올 들어 논란이 된 이유는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보건당국은 수가체계를 손보며 맘모톰을 이용한 유방 진단을 국민건강보험료 지급 대상에 넣었다. 하지만 종양 절제는 별도의 의료 기술로 분리했다. 의학적 근거를 갖추려면 새로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첫번째 관문인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가 이듬해 신청을 반려하면서 맘모톰 종양 절제술은 제도적 근거를 잃었다.

당장 손해율이 100%(보험금 지급이 보험료보다 많음)를 넘어 경영난을 겪고 있는 실손보험사들이 나섰다. 맘모톰을 이용한 양성종양 절제가 애초에 근거 없는 의료행위였던만큼 환자를 통해 병원에 지급된 실손보험료를 돌려받아야겠다는 것이다. 진단 목적의 맘모톰 사용이라도 조직을 얼마만큼 잘라내야 하는지의 기준은 없는만큼 “진단 과정에서 종양 크기만큼 조직을 때냈다”고 하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일부 병원은 맘모톰을 이용하고 ‘진단’ 보다 보험수가가 높은 ‘절제’로 청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통원 치료로 간단히 끝낼 수 있는 시술이지만 환자가 더 많은 실손보험금을 받도록 입원시킨 병원도 있었다. 통원치료의 하루 최대 실손보험료는 30만원이 한도지만 맘모톰을 사용한 종양 제거는 100만~700만원까지 들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지난해말부터 내용증명을 보내기 시작했으며 일부 병원은 형사 고발해 올 4월부터 경찰 조사를 받는 병원이 나타나고 있다. 대상 병원은 300여개로 5~10년치까지 소급한 보험료 반환이 요구돼 전체 규모는 1000억원을 넘길 전망이다.

◆안과·정형외과로 전선 확대

세번에 걸친 시도 끝에 맘모톰 종양 절제술은 지난 7일 신의료기술평가위를 통과했다. 의료계는 뒤늦게나마 해당 시술이 근거를 갖추게 된만큼 보험사들은 민형사 소송 및 보험료 반환 요구를 중단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측은 “맘모톰 종양 절제는 20여년간 세계적으로 인정 받아온 수술법”이라며 “국내 제도의 미비를 이유로 병원에 부당한 부담을 지워선 안된다”는 이유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맘모톰과 비슷하게 제도적 근거가 없는 수술 사례를 찾아 적극적으로 보험금 반환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안과의 백내장 시술과 통증 관리의 일종인 비침습 무통증 신호요법, 간암 치료 요법인 이뮨센엘씨주, 정형외과의 척추 시멘트 시술 등이 대상이다. 각각 최소 수백억에서 많게는 1000억원 이상의 반환요구액이 예상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맘모톰 종양 제거 전문 병원까지 생겨나는 등 2015년을 전후해 관련 실손보험 청구가 급증해 주시하고 있던 사안”이라며 “선량한 가입자들의 부담을 높일 수 있는 사안인만큼 법적 판단을 받아 환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실손보험사들이 독자적인 보험금 지급 판단 체계 도입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국민건강보험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보험금 지급 대상을 심사하지만 실손보험에서는 그같은 심사 체계가 없다. 헬스케어 산업을 자문하는 최진호 변호사는 “실손의료보험상품이 별다른 판단 없이 20년간 실손보험금을 지급해 온 것에도 원인이 있다”며 “정부가 나서서 이같은 혼란이 재발되지 않을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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