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연계증권(ELS) 잔액이 지난 3분기에만 5조원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 호황이 이어지자 ELS 투자자들이 상환된 금액을 재투자하지 않고 직접 주식투자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이 29일 내놓은 ‘2020년 3분기 증권회사 파생결합증권 발행·운용 현황’을 보면 3분기 ELS 신규 발행액은 9조8000억원으로 2분기보다 8000억원(7.5%) 감소했다. ELS 발행액은 1분기 21조원에 달했으나 이후 두 분기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3분기 ELS 상환액은 14조6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9조5000억원(186.3%) 늘었다. ELS가 기초자산으로 삼은 글로벌 주요 증시가 일제히 상승하면서 조기상환 규모가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2분기 1조8000억원에 불과했던 조기상환액은 3분기 11조3000억원까지 늘었다.
상환이 크게 늘어난 반면 신규 발행은 줄어들면서 ELS 발행잔액은 9월 말 기준 72조원으로 6월 말 대비 5조2000억원(6.7%) 감소했다.
증권가에서는 ELS 조기상환이 크게 늘었는데 신규 발행이 줄어든 것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인다. ELS 투자자들은 조기상환을 받으면 다시 ELS에 재투자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ELS에 재투자되지 않은 금액 중 상당수가 주식 시장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ELS의 가장 큰 경쟁자는 다름 아닌 주식 직접투자”라며 “개별 주식에 투자해도 손실을 볼 가능성이 적은 상황에서 연 3~5% 정도인 ELS 기대수익률은 다소 낮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LS 투자자들의 위험 선호 심리가 강해졌다는 건 유형별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3분기 원금보장형 ELS 발행액은 1조7000억원으로 2분기보다 3조2000억원 줄었다. 반면 원금비보장형은 2조4000억원 늘어난 8조1000억원에 달했다.
3분기 ELS 투자자 평균 수익률은 연 3.1%로 전 분기 대비 0.5%포인트 상승했다. 증권사들이 얻은 ELS 발행·운용 손익은 3021억원이었다.
ELS 시장 위축은 내년에도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전 연구원은 “이미 지수가 많이 올랐다는 부담감에 투자자들이 쉽게 들어오지 못해 4분기에도 발행보다 상환이 많다”며 “내년에 주식이 조정받으면 ELS 투자 수요가 살아날 수 있겠지만 고난도 상품 판매와 헤지 운용 등에 대한 규제 강화로 과거처럼 발행량이 크게 늘긴 어렵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3분기 ELS 잔고 5兆 '뚝'…조기상환 받고 주식으로 몰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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