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개월 연속 0%대에 머물면서 장기 불황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월 물가로는 역대 최저 수준이다. 쌀 달걀 등 일부 생필품 물가의 오름세가 두드러져 서민 부담은 가중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7(2015년=100)로 1년 전보다 0.6% 오르는 데 그쳤다. 1~4월 평균 물가상승률은 0.5%로 1965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았다. 1월 0.8%, 2월 0.5%, 3월 0.4% 등 올 들어 한 번도 0%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물가는 너무 높으면 국민에게 부담을 주지만 너무 낮아도 문제가 된다. 물건이 잘 안 팔리고 경기가 침체됐다는 의미다. 정부는 중장기적인 적정 물가 상승률을 2%로 보고 있다. 올 들어 물가 상승률이 0%대 행진을 계속하자 ‘디플레이션(장기 불황) 초입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한국의 저물가 현상은 세계 주요국과 비교해서도 심한 편이다. 올 1~3월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5~1.9%, 유럽연합(EU)은 1.5~1.6%였다. 중국 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2.3%를 찍어 경기 과열 징조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일본(0.2~0.5%)이 그나마 우리와 비슷하다.
물가를 세부 항목별로 뜯어보면 공업제품의 물가 하락이 두드러졌다. 공업제품 가격은 올 1월 -0.7%, 2월 -0.8%, 3월 -0.7%, 4월 -0.1% 등 넉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유류세 인하 영향으로 휘발유(-8.5%)와 경유(-2.8%) 가격이 크게 떨어졌고 휴대폰 가격도 2.4% 하락했다.
농·축·수산물과 서비스 가격은 각각 0.7%, 0.9% 오르는 데 그쳤다. 서비스 물가 상승률이 0%대에 그친 건 1999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통신비와 입원진료비의 하락 영향이 컸다.
근원물가 수준이 낮은 점도 디플레이션 우려를 키우고 있다. 근원물가는 소비자물가에서 대외 변수와 날씨 등의 단기 요인에 따라 가격이 오르내리는 국제 유가, 농산물 가격 등을 제외한 것으로 한 나라의 경기 온도를 좀 더 정확히 볼 수 있는 지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쓰는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물가지수’는 지난달 0.7% 올라 3월(0.7%)에 이어 두 달 연속 0%대에 머물렀다. 2000년 1월(0.7%) 후 가장 작은 상승폭이다.
이런 저물가 기조에도 소비자들 사이에선 “물가가 낮은 건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온다. 서민 생활과 밀접한 물가는 여전히 오르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일반인의 구입 빈도가 높은 식품 물가는 지난달 1.5% 상승했다. 쌀(11.6%) 우유(6.3%) 빵(5.5%) 사과(5.5%) 등이 특히 많이 올랐다. 외식 가격 상승률도 2.0%에 달했다.
생활 물가는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유류세 인하폭이 오는 7일부터 15%에서 7%로 줄어든다. 소주와 맥주, 과자 가격도 최근 올랐거나 인상이 예고돼 있다. 주류업계와 과자업계가 원가 상승 등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올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서민 생활과 밀접한 물가는 시장 경쟁을 촉진하는 등 가격 안정을 도모하겠다”고 말했다.
서민준/고경봉 기자 morandol@hankyung.com
소비자물가 넉달 연속 '0%대' 상승…1965년 이후 가장 낮아
4월 소비자물가 넉달째 0%대…1965년 이후 최저수준
"경제위기보다 무섭다"는 디플레, '신바람 부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