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일진 등 중견그룹들이 스타트업 양성에 공들이고 있다. 계열사들의 사업과 접목할 수 있는 분야에서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을 발굴·투자해 빠르게 기술력을 높이고 시장 선점에 나서기 위한 포석이다. 일부 그룹은 스타트업의 계열사 편입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트업 육성하는 중견기업들 한솔 V 프론티어스 프로그램으로 열린 데모데이에서 참가 스타트업이 발표하고 있다.
한솔그룹은 최근 혁신 스타트업 발굴 프로그램 ‘한솔 V 프론티어스’를 통해 스타트업 4개사를 선정했다. 선발된 스타트업은 노타이틀(인테리어 협업 플랫폼), 테이텀(통합 정보보호 규정 관리 솔루션), 꽃팜(B2B 꽃 도매 플랫폼), 블루웨일컴퍼니(상점공간 공유 모빌리티 물류 플랫폼)이다. 조윤호 노타이틀 대표는 “소형 인테리어사를 위해 자재 구매, 고객 관리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플랫폼을 개발한 점이 평가를 받았다”며 “한솔홈데코로부터 초기 투자금도 받게 됐다”고 말했다. 그룹 내 ‘사업개발팀’이 이 같은 프로그램을 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망 스타트업을 직접 발굴해 그룹 가치를 올리겠다는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의 의지가 반영돼 있다는 설명이다.
일진그룹도 소재·부품·장비 업종의 스타트업을 선발하는 ‘유니커톤 프로젝트’ 공모전을 진행했다. 선발된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일진의 소부장 기술을 전수하고, 투자도 진행해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조원 이상 벤처)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선정된 5개사는 전기차 폐배터리, 친환경 신소재, 전력 빅데이터, 고주파 의료기기 등 그룹 계열사와 사업 연계성이 높은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업체가 계열사로 편입될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일진은 회장 직속의 전담팀(미래사업팀)까지 만들어 이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작년 5월 신설된 미래사업팀은 그룹 성장을 위한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다. 일진그룹 관계자는 “새로운 기술 트렌드를 분석하고 이를 계열사 사업 부문과 접목하기 위한 것”라며 “향후 신규 사업 진행 속도와 규모에 맞춰 팀원을 충원하고 2·3팀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교원그룹은 2019년부터 ‘교원 딥체인지 스타트업 프라이즈’라는 스타트업 육성 행사를 매년 열고 있다. 에듀테크 및 라이프스타일, 정보통신기술(ICT) 영역 스타트업을 발굴해 성장을 지원하고 그룹과의 협업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다. 교원 관계자는 “지난해 9개 업체를 선발해 기업당 최대 6억원의 투자를 했다”고 밝혔다. 농심도 매년 ’농심 테크업플러스’란 프로그램으로 푸드테크 분야 스타트업을 선발하고 있다. 간식 큐레이션 서비스를 하는 ‘스낵포’, 인공지능(AI) 기반의 상권 분석 솔루션을 내놓는 ‘오픈업’ 등 이미 6개 기업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사업과 시너지 효과”중견업체가 스타트업 발굴에 적극 나선 것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으려는 노력의 일환이란 분석이다. 대기업도 사내 벤처 육성에서 벗어나 외부에서 적극 신성장 동력을 찾고 있어 중견업체들에 자극이 되고 있다. 기업들과 스타트업 육성 사업을 진행하는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관계자는 “기존 기업들의 판매망과 연구 인프라를 활용해 스타트업이 기술력 개발에서 시너지를 내는 일이 많다”고 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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