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원익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상근부회장(맨 왼쪽)이 9일 ‘내년 적용 최저임금 결정에 대한 사용자단체 기자회견’에서 “경기 침체를 감안해 최저임금을 낮춰야 한다”고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반 부회장, 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서승원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이번엔 노동계가 ‘불참’ 카드를 빼들었다. 경영계가 지난 3일 제출한 내년 최저임금 4.2% 삭감안에 대한 항의 차원이다. 최저임금위원회 파행이 계속되는 가운데 결정시한(15일)이 임박하면서 내년 최저임금도 공익위원들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공익위원들은 노동계가 시급 1만원, 경영계가 8000원을 요구하는 등 간극이 너무 커 협상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조만간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할 예정이다. 심의촉진구간은 ‘3~6% 인상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액(시급)으로는 8600~8850원이다. 최저임금위원회 관계자는 “공익위원들은 5% 인상률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냐 이하냐에 따라 속도조절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며 “정부와 정치권의 속도조절 요구가 점점 커지는 점을 감안하면 인상률이 조금 더 내려갈 수도 있다”고 했다.
○진전 없는 협상…공익위원이 나선다
공익위원들이 심의촉진구간 설정을 검토하고 나선 것은 열 차례에 걸쳐 논의했음에도 전혀 진전이 없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적용이 무산된 이후 경영계가 두 차례 회의에 불참한 이후 파행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 오는 11일과 12일 단 두 차례의 회의만 남겨 놓은 상황에서 노동계가 1만원, 경영계는 8000원을 고수하는 것도 심의촉진구간 제안을 검토하고 있는 배경이다.
공익위원들은 전원회의가 열리지 않은 지난 8일 이례적으로 자체 모임을 갖고 이 같은 방안을 포함한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4일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이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 설문조사는 전체 근로자의 37%가 내년 최저임금 동결을 원하고 있고, 특히 최저임금의 직접 영향권에 있는 10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의 절반(44.4%)이 내년 최저임금을 올려서는 안 된다고 응답한 내용을 담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 간사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도 9일 전원회의에서 이 조사를 언급하며 “최근 근로자 68%가 동결 내지는 5% 미만의 인상을 원한다는 의미있는 설문조사를 봤다”며 “공익위원들이 경제지표를 객관적으로 분석해 국민들이 원하는 결과를 도출해달라”고 했다.
8일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도 공익위원들이 검토하고 있는 심의촉진구간과 궤를 같이한다. 해당 조사는 국민 57.5%가 내년 최저임금 인상을 원했지만, 적정액은 올해보다 4.1% 올린 8690원이라는 내용이 핵심이다. 심의촉진구간 상한선인 6%대 인상률은 문재인 정부의 공약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2020년 1만원이라는 공약은 물 건너갔지만 현 정권의 임기 마지막 해인 2022년 1만원이 되려면 매년 6.2%를 올려야 한다.
○15일 결정시한 넘길 수도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10차 전원회의에는 근로자위원 9명이 전원 불참했다. 근로자위원들은 성명을 내고 “지금 경제가 국가부도 상태에 놓인 것도 아닌데 물가 인상과 경제 성장조차 고려하지 않고 오히려 마이너스로 회귀하자는 것은 어느 누구도 납득할 수 없는 비상식적 행위”라며 “삭감안을 즉각 철회하고 상식적인 수준의 수정안을 제출하라”고 주장했다.
박준식 위원장은 “근로자위원들의 불참에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명한다”면서도 “적어도 7월 11일까지는 내년 최저임금 수준에 관한 논의를 종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위원장으로서 남은 기간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노동계의 불참에 따라 ‘데드라인’ 15일까지 진통을 거듭할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다. 10일 노동계가 복귀한다 하더라도 1차 수정안도 제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두세 차례 논의만으로 결론을 도출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 법정 고시일(8월 5일)을 앞두고 이의 제기 절차 등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오는 15일까지는 의결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백승현/김익환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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