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사진)이 “지금까지 한국 경제를 이끌어 온 제조업이 ‘성장의 한계’에 봉착했다”며 “새 트렌드로 부상한 관광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키워내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5개월간의 해외체류를 마치고 지난달 국내에 복귀한 박 회장은 투자 규모가 1조3000여억원에 이르는 전남 여수 경도해양관광단지 개발 등 미래에셋의 국내외 투자사업 전면에 나서고 있다.
“미세먼지 이슈 관광업 중요성 일깨워”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박 회장은 이달 중순 김영록 전남지사와 서울 모처에서 만나 “경도를 시작으로 남해안 등 국내 관광자원 개발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는 구상을 밝혔다.
이날 회동에서 박 회장은 최근 국내 경기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어려운 국면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기존 제조업이 성장의 한계에 봉착하면서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 회장은 “새로운 산업을 일으켜 돌파구를 찾지 않으면 한국 경제의 밝은 미래를 기대하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가 말하는 ‘한국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산업’은 관광업이다. 박 회장은 “최근 미세먼지 이슈가 국민적 화두로 떠오른 것을 보면 맑은 공기와 청정한 자연에 대한 욕구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며 “이에 부응하는 미래 산업 트렌드는 결국 관광업”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전부터 꾸준히 관광업에 대한 관심을 피력해왔다. 일자리 창출과 소비 유발 효과가 큰 관광업을 육성해야 침체된 국내 경기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은 박 회장의 오랜 지론이다. 지난 3월 미래에셋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도 그는 “고용을 창출하고 소비를 진작하기 위해 국내외 관광객을 국내에 유치할 플랜을 만들어 강원도와 남해안 개발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래에셋의 관광업 투자는 이미 수년 전부터 시작됐다. 미래에셋은 2013년 호주 시드니 포시즌스호텔을 약 3800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2015년에는 미국 하와이 페어몬트오키드호텔과 샌프란시스코 페어몬트호텔을 연달아 사들였다. 2016년엔 하와이 하얏트리젠시와이키키리조트를 9000억원에 인수했다.
경도에 체험형 복합 리조트 조성
그간 해외 호텔 등에 거침없는 투자 행보를 이어갔지만, 박 회장의 시선은 늘 국내를 향해 있었다. 그는 자주 “대한민국은 우리가 살아갈 나라, 우리 아이들과 또 그다음 세대들이 살아갈 나라”라고 말하며 국내 투자의 중요성을 임직원들에게 강조해왔다.
미래에셋이 2016년 전라남도가 시행한 경도해양관광단지 국제입찰에 참가해 매년 대규모 적자를 내던 골프장과 리조트 시설 및 부지를 3423억원에 매입하는 ‘통 큰 결정’을 내린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경도에 추가로 1조원을 투입해 세계적 수준의 6성급 럭셔리호텔과 프라이빗 풀빌라콘도, 워터파크, 해상케이블카, 대형쇼핑몰 등을 조성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놓았다.
사업 진행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일부 지역 시민단체 등이 ‘특혜 논란’을 제기하며 정치 쟁점화를 시도했다. 최대 관건으로 꼽혀온 경도와 육지를 잇는 길이 1.52㎞ 규모의 연륙교 건설은 사업비(1154억원) 중 20%를 미래에셋이 분담할 뜻을 밝혔음에도 이런저런 논란이 겹치며 정부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대상으로 올리는 것조차 차일피일 미뤄졌다.
경도 개발사업은 수차례 심의보류 등을 거쳐 작년 12월 기획재정부가 연륙교 건설을 예타 대상에 선정하면서 비로소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지난 16일에는 산업통상자원부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이 미래에셋이 제출한 개발사업 실시계획을 승인해 ‘9부 능선’을 넘어섰다.
미래에셋은 경도를 숙박과 골프뿐 아니라 해양스포츠 등 각종 체험, 쇼핑·공연 등을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세계적 수준의 복합 리조트로 조성할 계획이다. 박 회장은 “해외 우수사례를 벤치마킹해 경도 개발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전라남도 관계자는 “연륙교 건설사업이 예타를 통과해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포함된다면 이르면 연말 경도 개발사업의 첫 삽을 뜰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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