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용이 불명확한 국제회계기준(IFRS)으로 인해 생긴 비효율을 기업에 떠넘기는 것은 비상식적인 조치입니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27일 ‘글로벌 스탠다드로 본 대한민국의 기업정책’ 포럼에서 ‘외부감사법과 국제회계 기준의 적용’이란 주제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최근 법원의 삼성바이오로직스 행정처분집행정지 가처분신청 인용은 현 상황에 문제가 있음을 증명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22일 “회계처리가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인용했다.
권 원장은 “IFRS는 회계처리와 관련한 규정을 나열해 제시하지 않은 채 회계처리의 적정성을 판단하기 위한 원칙과 근거만 제시하는 원칙주의 회계 기준”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기업의 재량이 어느 정도 작용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미국과 일본 등 일부 선진국에선 IFRS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그는 이 같은 한계가 있음에도 금융당국이 IFRS를 전격 도입해 ‘삼바 사태’ 같은 회계처리 기준 위반 논란을 자초했다고 진단했다. 국내 모든 상장회사와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회사는 IFRS에 따라 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한다.
권 원장은 “회계처리 기준에 대한 내용이 불분명한 IFRS를 도입하면 기업은 이를 제대로 준수하기 어렵고 금융당국도 기업의 기준 위반을 적발해 제재하기가 곤란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에선 금융당국이 감독기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기업에만 원칙 중심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권 원장은 회계처리 기준이 원칙 중심으로 바뀐 만큼 금융당국의 감리도 이에 맞춰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계감리를 사전적, 예방적, 계도적으로 해야 기존 규정 중심 감리 관행을 타파할 수 있다”며 “회계처리 기준 관련 유권해석을 데이터베이스화해 공개하는 방안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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