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등의 여파로 서울 동대문 쇼핑몰에서 일하던 아르바이트생 등 매장 직원들이 상당수 실직하면서 인근 상권마저 연쇄 타격을 입고 있다. 1일 동대문 한 쇼핑몰 안에 임차인을 구하는 문구가 붙어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서울 동대문에 있는 A주점은 지난 1년 동안 매출이 약 20% 감소했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새벽 5시까지 영업했으나, 최근 들어서는 새벽 3시면 손님이 끊겨 문을 닫곤 한다. 10~20명의 단체 손님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고, 대부분 2~3명의 소규모 손님들로 매상을 채우고 있다. A주점 사장은 “동대문 일대 쇼핑몰에서 일하던 매장 직원들이 주 고객이었는데 이들이 대거 해고된 여파”라고 설명했다. 그는 “2016년 문을 연 한 쇼핑몰은 개점 이후 직원 400~500명을 내보냈다는 이야기도 있다”며 “중국인 관광객 감소와 온라인 쇼핑 증가에 최저임금 인상까지 겹치면서 동대문 상권이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자영업 쇼크’가 업종 간 연쇄 타격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정 자영업이 침체되면서 해당 업종의 가게나 종업원을 주요 고객으로 삼고 있는 다른 자영업까지 줄지어 침체를 겪는 움직임이다. 자영업 연쇄 타격은 전반적인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져 다시 자영업을 덮치는 악순환을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5년 부동산 중개 접을 판”
주요 상권에서 일대 자영업 종사자를 주 고객으로 삼고 있는 식당이나 카페들은 가장 먼저 연쇄 타격을 입고 있다. 서울 상수동 B카페 사장은 “상수역 핵심 상권에 있는 가게 사장이나 직원들을 주 고객으로 삼았는데, 이들이 불황을 호소하며 점차 방문을 줄이고 있다”며 “지난해 말부터 고객이 급감했다”고 전했다.
주요 상권에 있는 부동산 중개업소는 상가 거래와 임대차 중개 감소로 불황을 겪고 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C공인중개사 대표는 수첩에 빼곡히 적힌 상가 매물들을 보여주며 “매물은 쌓여가는데 사겠다는 고객은 없다”고 말했다. 역삼동 D공인중개사 대표는 “하도 거래가 없어서 지난 25년 동안 해온 부동산 중개업을 접어야 할 판”이라고 털어놨다. 일부 중개업소들은 ‘임시 매장’ 중개로 간신히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명동 E공인중개사 대표는 “최근 4~5개월 사이 명동 곳곳에 임시 매장이 급격히 늘었다”며 “공식적으로는 공실인 가게지만, 건물주들이 명동 노른자 땅을 놀리기 아까우니 정식 계약을 안 맺고, 보증금도 받지 않은 채 월세만 받으면서 운영토록 하는 가게들”이라고 전했다.
쇼핑몰과 전통시장 침체로 연관 업종들도 피해를 보고 있다. 인천의 F의류점 사장은 “요즘 동대문 종합시장에 가면 재봉틀 보조 인력이 잘 보이지 않는다”며 “인근 상가에서 옷이 잘 팔리지 않아 수선 고객이 줄고 있는 와중에 최저임금까지 오르니 기존 인력을 내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식당 불황에 정육점도 타격
최저임금 인상 등의 여파로 서울 동대문 쇼핑몰에서 일하던 아르바이트생 등 매장 직원들이 상당수 실직하면서 인근 상권마저 연쇄 타격을 입고 있다. 1일 동대문 한 쇼핑몰 안에 임차인을 구하는 문구가 붙어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외식업 불황으로 정육점 등 식자재 공급 업체들도 울상이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외식산업 통계’를 보면 외식업 경기지수는 지난해 1월 69.45에서 같은 해 12월 67.41로 떨어졌다. 외식업 경기지수가 100을 밑돌면 업황 위축을 의미한다. 서울 이태원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고기를 공급받는 식당들의 주문량이 지난 1~2년 동안 70% 정도 줄었다”고 전했다. 정육점은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해 1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정부 대책의 수혜자”라고 지목한 업종이기도 하다.
외식업 등 자영업자를 주 고객으로 삼는 중고시장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서울 황학동 중고시장에 있는 G주방용품점 사장은 “식당을 창업하려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 보니 주방용품 판매가 급감했다”며 “지난 1년 사이에 매출이 반토막 났다”고 말했다.
직업소개소도 울상
직업소개소들도 휘청거리고 있다. 경기 침체로 인해 인력을 새로 구하는 자영업자들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광명시 H직업소개소 대표는 “하루 종일 전화가 한 통도 없을 때가 많다”며 “2016년부터 직업소개소를 했는데 갈수록 업황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서울 마포구에서 영업하다 폐업한 I직업소개소 대표는 “주요 고객이었던 식당 사장들의 발길이 뚝 끊겨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 와중에 자영업 폐업 컨설팅은 호황을 맞고 있다. 사업정리 컨설팅업체인 리빌드의 양도영 대표는 “지난해 11월 이후폐업과 관련해 컨설팅을 요청하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수영/안효주/구은서/민경진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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