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철강기업인 포스코 주가는 작년 증시 폐장일인 지난달(12월) 28일 24만3000원으로 마감했다. 지난해 2월 40만원까지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40%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2위 업체인 현대제철 주가도 작년 5월 기록한 연중 최고가(7만3600원)의 60% 수준인 4만5250원에 그쳤다.
연이은 대내외 악재로 국내 철강업계의 실적에 경고등이 켜졌다. 미국에서 시작된 보호무역 장벽이 미·중 무역전쟁으로 확산하면서 수출길은 점점 좁아지고 자동차와 조선, 건설 등 국내 수요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전기요금 인상 움직임까지 겹치면서 올해 전망은 더욱 어둡다.
美·中에 끼인 한국 철강
31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의 작년 4분기(10~12월)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3분기(6~9월)보다 16%가량 줄어든 1조2800억원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매출도 0.5% 안팎 감소한 16조3000억원에 그친 것으로 전망됐다. 계열사 실적을 뺀 단독기준 매출(7조5360억원)과 영업이익(8920억원)은 전분기보다 각각 4.7%와 18.5% 줄어드는 등 실적 하락 조짐이 뚜렷하다. 현대제철도 지난해 10월 통상임금 소송 1심 패소에 따른 충당금 반영 여파로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70% 급감한 1021억원에 그쳤다.
국내 철강업계는 작년부터 대미(對美) 수출 물량을 2015~2017년의 70%인 263만t으로 줄이는 쿼터제(수출 물량 제한)를 적용받고 있다. 미국발 무역장벽이 유럽연합(EU)과 캐나다, 인도, 터키 등으로 확산되면서 국내 철강회사들은 설자리를 잃고 있다. 작년 4분기 냉연과 열연강판 등 자동차용 판재류 수출량은 573만5000t으로 전분기와 비교해 7% 감소한 것으로 포스코경영연구원은 전망했다.
세계 철강 생산량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중국의 감산 정책 약화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된 지난해 10월 이후 최대 시장인 중국의 주요 철강 제품 가격은 20% 넘게 하락했다. 공해 문제와 구조조정 등으로 감산을 이어오던 중국 업체들이 가격 하락 여파로 생산량을 늘리자 저가 철근 등이 국내로 유입되면서 국내 업체들의 이익률을 갉아먹고 있다.
국내에선 수요 산업 위축
자동차와 건설 등 연관 산업 부진으로 국내 철강 수요도 꽁꽁 얼어붙고 있다.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철강제품으로 꼽히는 자동차 강판은 자동차산업의 부진과 맞물려 수익성이 떨어지는 추세다. 작년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351만 대) 이후 9년 만에 가장 적은 405만 대 수준에 그쳤다. 올해는 400만 대를 밑돌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 정책으로 건설경기가 둔화하고 있다는 점도 악재로 꼽힌다. 올해 국내 건설 투자액은 230조원으로 작년보다 4.5%가량 감소할 전망이다. 이 가운데 도로와 교량 등 토목 부문 투자는 1995년 이후 최저치인 62조원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올해 국내 철강 생산량이 7648만t으로 작년(약 7551만t)보다 1.2%가량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움직임도 걱정거리다. 고철 등을 전기로 녹여 쇳물을 생산하는 ‘전기로’를 보유한 현대제철은 2017년 전기요금으로만 1조1300억원을 지출했다. 같은해 현대제철 영업이익(1조3600억원)의 83%에 달한다. 정부의 탈(脫)원전·석탄 정책 여파로 원가 부담이 늘어난 한전은 지난해 2분기까지 세 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경우 국민 반발을 우려해 산업용 전기요금부터 올릴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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