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서울엔지니어링 대표(가운데)가 한국무역협회가 선정한 제114회 ‘한국을 빛낸 이달의 무역인상’을 받았다. 왼쪽부터 김선민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 강승구 한빛회 회장, 이 대표, 김영주 무역협회 회장, 이학영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 한국무역협회 제공
제철소 용광로의 철이 녹으려면 뜨거운 바람이 필요하다. 숯불을 피울 때 부채질을 해야 화력이 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런 역할을 하는 게 ‘풍구(風口·tuyere nozzle)’다. 용광로에 1000도 이상의 뜨거운 바람을 불어넣는 장치다. 풍구가 없으면 철광석을 녹일 수 없다. 국내 양대 제철소인 포스코와 현대제철 용광로에 부착된 풍구를 100% 납품하는 곳이 있다. 서울엔지니어링이다. 국내뿐 아니라 미국 일본 등 35개국에 수출하며 세계 풍구 시장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1974년 서울엔지니어링에 사원으로 입사해 45년간 풍구 개발과 수출에 힘쓴 이원석 대표는 지난 7일 한국무역협회가 선정한 제114회 ‘한국을 빛낸 이달의 무역인상’을 수상했다.
풍구 첫 국산화 성공
서울엔지니어링은 풍구를 처음으로 국산화하는 데 성공한 업체다. 1974년부터 국산화 작업에 착수했다. 개발에 들인 시간은 자그마치 23년. 1997년에 이르러서야 포스코의 10개 용광로에 쓰이는 모든 풍구에 제품을 납품할 수 있었다. 개발 기간이 길어지는 바람에 회사가 어려워져 1984년 부도가 나기도 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풍구 국산화가 이뤄지면서 포스코는 수입 가격의 50% 수준에서 납품받을 수 있었다. 이원석 대표는 “품질 검사를 위해선 용광로에 풍구를 장착해 최소 1년간 사용해봐야 하기 때문에 개발기간이 길었다”고 설명했다.
해외시장을 두드리기 시작한 것은 1996년부터다. 이 대표는 “초기엔 US스틸 같은 곳을 무작정 찾아갔지만 문전박대 당하기 일쑤였다”고 회상했다. ‘포스코 100% 납품업체’라는 증서가 큰 도움이 됐다. 항상 ‘마패’처럼 지니고 다녔다. 이 대표는 “품질을 조금씩 인정받으면서 세계 87개사에 수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품질에 목숨 걸었다”
서울엔지니어링의 지난해 매출 701억원 중 60%가 해외 매출이다. 수출 비중을 늘린 비결로 이 대표는 ‘품질’을 꼽았다. 풍구를 만드는 데 필요한 조형, 용해, 가공 등 8가지 공정을 거칠 때 서울엔지니어링은 약 50가지 품질 검사를 함께 진행한다. 그는 “공정마다 해당 작업자가 품질 검사를 하고 이상이 없다는 걸 확인해야 다음 공정으로 넘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에게는 품질 관리를 위한 또 하나의 철칙이 있다. “제품을 직접 만드는 공장 직원들에게 주인의식을 심어줘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 ‘공장 직원들에게도 기회는 열려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실제로 이 회사는 승진 등에서 학벌을 따지지 않고 생산직을 차별하지 않는다. 이 대표를 포함해 임원 5명 중 4명이 고졸 출신이다. 그는 “보고서 작성법보다 중요한 것은 현장을 잘 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사의 모든 일정도 공장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점심 식사도 공장 직원이 사무직보다 먼저 먹는다. 이 대표는 “‘남는 반찬을 먹는다’는 기분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장 직원들이 야근을 하면 사무직 직원들도 퇴근하지 않고 기다린다. 휴가도 같은 기간에 간다.
서울엔지니어링은 현재 20% 수준인 세계 시장점유율을 3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대표는 “금융회사 차입금을 모두 상환하는 무차입 경영을 달성하는 시점에 회사를 상장해 그간 고생한 모든 임직원에게 고르게 혜택이 돌아가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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