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왼쪽)과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28일 서울 다동 대우조선해양 서울사무소에서 초대형 컨테이너선 건조 계약서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현대상선 제공
현대상선이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 건조에 들어간다. 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는 글로벌 해운회사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다. 선박 건조를 맡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는 3조원대 일감을 확보하게 됐다. 조선업황 개선에 청신호가 켜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역대 최대 규모 발주
현대상선은 28일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와 컨테이너선 20척 건조 본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6월 조선 3사와 건조계약체결의향서(LOI)를 맺은 지 3개월 만이다. 발주액은 3조1532억원에 달한다. 국내 단일 선사 발주량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현대상선이 전체 발주금의 10%를 자체 조달하고, 90%는 배를 담보로 일반 금융회사가 60%, 해양진흥공사를 비롯한 정책금융기관이 나머지를 조달하는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본계약 체결 이후 선수금 지급까지는 6주 이상의 시간이 있는 만큼 자금 조달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상선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는 한진해운 파산 여파로 쪼그라든 한국 해운산업 재건을 위한 정부의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현대상선은 머스크(덴마크)와 MSC(스위스) 등 글로벌 해운사에 비해 선대 규모와 초대형 선박이 부족하다. 현대상선의 선복량(적재랑)은 41만TEU(1TEU는 6m짜리 컨테이너 1개) 수준으로 세계 1위 해운사인 머스크(403만TEU)와 2위 MSC(324만TEU)의 10% 수준에 그친다. 글로벌 해운사들은 대형 선박을 통해 TEU당 운송비용을 낮추고 있어 선박 대형화가 필수라는 게 현대상선의 판단이다. 현대상선은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을 인도받는 2021년 2분기부터는 80만TEU 이상의 선복량을 갖추게 된다. 이들 컨테이너선은 아시아~북유럽과 미주 동안 등 핵심 노선에 투입된다.
○조선 빅3 가뭄 속 단비
현대상선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가 예정대로 추진되면서 조선업계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은 올 들어 선박 수주량에서 2012년 이후 6년 만에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자리에 복귀했지만 조선 빅3의 수주는 목표 대비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난달 기준으로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현대중공업그룹 세 조선사의 수주액은 87억달러(106척)로 연간 목표치인 148억달러의 59%에 머물렀다. 대우조선해양은 73억달러의 수주 목표액 중 48%인 35억달러(28척)를 채우는 데 그쳤다. 삼성중공업도 올해 82억달러의 수주 목표를 세웠으나 수주액은 37억달러(34척)로 달성률이 45%에 불과하다.
이번 수주로 조선 빅3는 3조원을 웃도는 수주를 한꺼번에 따내게 됐다. 회사별 수주액은 2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7척을 수주한 대우조선해양이 1조2106억원으로 가장 많고, 이보다 작은 1만4000TEU급 8척을 수주한 현대중공업은 1조825억원이다. 대우조선해양과 같은 2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5척을 수주한 삼성중공업의 수주액은 8601억원이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2020년 2분기까지 인도를 마치고, 현대중공업은 이보다 늦은 2021년 2분기까지 건조할 계획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3년간 국비 3조원과 민간 자본 5조원 등 8조원을 투입해 200척의 선박 발주를 지원하기로 한 만큼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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