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SG창구 발 하한가 사태에 이어 최근에도 5종목 하한가 사태가 발생하면서 관련 종목들의 낙폭이 크거나 거래정지 상태입니다. 민감할 수도 있는 주제이기에 증시 토크에서 다루기를 주저하였습니다만, 연이은 하한가 종목 사태들이 주식시장에 변화를 줄 듯하여 제 생각을 담담하게 적어보고자 합니다. 어쩌면 이번 일들을 계기로 증시 체질이 이전과 달라질 듯합니다.
공통점 한가지 : 4월 SG창구 발 하한가 사태와 최근 5종목 하한가 사태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안겨주었던 4월 SG창구 발 하한가 사태에 이어, 최근 만호제강, 대한방직 등 총 5개 종목 하한가 사태가 발생하였습니다. 해당 사건들의 원인이 되는 이들이 다르고 종목들은 다릅니다만, 이번 사건이 발생한 종목들을 가만히 살펴보다 보면 한가지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 공통점은 바로, 가치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후보 종목들에 한 번 정도는 들어왔을 소외된 가치주 종목이란 점입니다.
과거 작전주들이 형편없는 부실 잡주들에서 발생하였다가 사건이 발생하여 뉴스화되었던 것을 고려해 보면, 이번 하한가 종목 사태는 나름 건전한(?) 종목들이었단 점에서 해당 종목 투자자들 처지에서는 당혹스러운 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나 이들 종목의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워낙 작았기에 주가가 오를 때는 은근슬쩍 꾸준히 상승하고, 주가가 하락할 때는 급락하는 양상이 나타났습니다.
주식시장에 나타날 단기적인 변화 : 소외된 가치주들에 대한 무관심 가능성
이번 하한가 종목 사태들의 전반적인 공통점은 한마디로 “거래량 적은 소외된 가치주”였단 점입니다. (몇몇 종목은 아닐 수 있습니다만 전반적으로는 그러합니다.)
그러다보니 가치주를 선호하던 투자자 중 일부는 ‘거래량이 적은 가치주들’을 자신의 포트폴리오 후보군에서 제외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필자는 예상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소액을 투자하였더라도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하였을 때 순간적인 손실이 너무도 크기 때문이지요. 만약 거액의 투자자금을 투자하면 자금을 회수하지도 못하는 유동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커지기에, 거래량 적은 소외된 가치주에 대한 무관심은 개인/기관/외국인 가릴 것 없이 늘어날 것입니다.
결국 이번 사건을 계기로 딱 봐도 ‘거래량 적은 가치주’들은 시장에서 한동안 외면받게 되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주식시장에 나타날 중기적 변화 : 소외된 가치주들의 주가 왜곡 심화
거래량이 적은 종목들은 합리적인 주가 수준을 매매에 반영시킬 투자자가 적기에 주가가 왜곡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 반대로 거래량 많은 대형주는 효율적인 주가가 형성되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런데, 이번 연이은 사건들로 인하여 투자자들의 관심이 이전에 비하여 적어져 거래량이 줄어든다면, 주가 왜곡은 더 심해질 것입니다. 이유 없이 주가가 계속 흘러내리거나 주가가 제자리걸음만 중기적으로 반복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런 비슷한 상황이 원인은 다르지만 2000년 초반 증시에서 나타났었습니다.
당시에는 2000년 IT버블 붕괴 후 투자자들이 증시에서 도망가듯 이탈하면서 시장이 침체되었고 그로 인하여 거래량이 적었던 중소형주들은 가뭄 날 땅이 갈라지듯이 유동성이 메말라 버리고 말았습니다.
대형주들에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들어오면서 주가지수는 상승하였지만 코스닥 지수와 소형주 관련 지수들은 2004년까지 거래량이 줄어들며 어려운 과정을 걸어야만 했었지요.
이 과정에서 아무리 좋은 종목이라도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으니 트리플5(PER 5배 미만, PBR 0.5배 미만, 배당수익률 5% 이상) 혹은 그보다 조건이 더 좋은 종목들이 넘쳐났습니다. 시장 전체적으로 말이죠.
하지만, 당시 투자자들은 거래량이 적은 종목은 어쩔 수 없다거나, 소외된 가치주 좋은 것은 알아도 거래량이 너무 적어 위험하다며 회피하였습니다.
아마도 2023년의 하한가 종목 사태로 인하여 중기적으로 주식시장에서 이런 현상들이 종목 단위로 산발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 해 봅니다. 비록 2000년 초반처럼 시장 전체적으로 나타나지는 않더라도 어렵지 않게 자주 관찰되고 있을 것입니다.
주가 왜곡은? 장기적으로는 기회 하지만 시간이 문제
대략 1년여의 시간이 흐르면 시장 참여자들은 하한가 종목 사태를 잊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좋은 종목들이 소외되었다는 이유로 헐값에 던져졌다는 점을 더 중요하게 보고 있겠지요. 앞서 언급 드린 단기, 중기적인 주가 왜곡은 오히려 장기적인 관점에선 큰 투자 기회가 되어줄 수 있습니다.
다만, 시간이 문제입니다. 2000년 초반 3년 이상을 횡보만 하던 종목이 2005년 이후 폭등하였다고 한들 횡보하던 그 수년의 시간을 인내하는 투자자는 얼마나 될까요? 거의 없을 것입니다. 아무리 그 몇 년 동안 실적과 기업 내용이 꾸준했다 하더라도 말입니다.
한동안 가치투자자분들에게는 재미없거나 지루한 시간이 찾아올 수는 있습니다. 다만, 그 과정을 보내고 나면 시장은 큰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한편 지금 이런 왜곡을 기다리고 있는 투자자들이 많다면 예상보다 인내의 시간은 짧아질 수도 있겠지요?
(※ 요즘 퀀트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투자자가 크게 늘었는데 그들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도 관건일 듯합니다. )
2023년 6월 21일 수요일
lovefund이성수 (유니인베스트먼트 대표,CIIA,가치투자 처음공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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