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알다시피 ETF는 인덱스를 추종하는 패시브 스타일의 펀드이다. 한국의 경우 시장을 대표하는 ETF인 KODEX 200이나 TIGER 200이 KOSPI 200 지수를 추종하고, 미국 증시에서는 세계 최초이자 최대 ETF인 SPDR S&P 500 ETF Trust (SPY)가 S&P 500 지수를 추종한다.
물론 ETF라고 뮤추얼펀드처럼 액티브 운용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ETF가 보유하고 있는 종목의 내역인 PDF(Portfolio Deposit File, 납부자산구성내역)를 매일 공개해야 하는 관련 규정 상 액티브 ETF를 운용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ETF는 습관적으로 특정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로 인식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다양한 인덱스 범위와 구조를 가진 ETF
하지만 알고 보면 ETF의 세계는 우리가 막연히 생각했던 것보다 더 넓고 깊다. 추종하는 인덱스의 범위도 주식에 머물지 않고 채권, 원자재, 리츠, 인프라, 통화 등에 폭넓게 걸쳐있고 ETF의 구조도 단순 추종이 아닌 파생상품을 활용한 복잡한 구조를 띠는 경우도 많다.
오늘 소개하는 Invesco S&P 500 Equal Weight ETF (RSP) 역시 전통적 지수 추종 ETF와는 다소 차이를 보이는 종류의 ETF이다. RSP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기본적으로 S&P 500지수를 따라 움직이는 ETF이다. 하지만 SPY와 다른 점이 있다면 SPY는 S&P 500지수를 그대로 복제한 ETF인 반면 RSP는 펀드에 편입된 500개 종목을 동일한 비중으로 편입한 ETF라는 점이다. 이 차이가 SPY와 RSP를 완전히 다른 종목으로 만들어버릴 정도의 차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시할만한 차이도 아니다.
예를 들어 KOSPI 200 지수를 생각해보면 한국 증시의 대표주 200개로 구성된 이 지수에는 삼성전자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하이닉스, 현대차, 셀트리온 등의 비중이 높은데 당연히 이들 종목의 시가총액이 크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미국 증시의 대표주로 구성된 S&P 500 지수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가장 많은 4.3%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어서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순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SPY 역시 이 비중을 그대로 복제하고 있다.
하지만 RSP는 다르다. RSP 역시 SPY와 동일한 500개 종목을 편입하고 있지만 이들 종목들은 대부분 0.2% 내외로 비슷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 차이는 SPY와 RSP를 구성하는 섹터의 차이로 그대로 이어진다. SPY를 구성하는 가장 큰 섹터는 기술주 섹터와 금융 섹터로 비중은 각각 26.8%와 15.9%이다. 지금 미국 증시를 주도하는 대형주들이 FAANG 등 기술주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이다.
하지만 동일한 S&P 500 ETF이면서도 RSP는 금융 섹터가 19.6%의 비중으로 가장 크고 두 번째는 15.1%의 산업재 섹터이다. 기술주 섹터의 비중은 14.1%로 급격하게 줄어버린다. 다르게 보자면 SPY는 성장주의 비중이 크고 RSP는 가치주의 비중이 크다고도 말할 수 있다.
동일비중 ETF의 수익률은?
그렇다면 SPY와 RSP는 수익률 측면에서도 큰 차이를 보일까? 결론적으로는 그렇다. RSP가 상장된 2003년 4월 이후만 비교해보면 이 기간 RSP 가격은 $28.0에서 $107.1까지 상승해 누적수익률은 282%에 이른다. 같은 기간 SPY의 누적수익률은 206%에 불과해 RSP의 수익률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이 결과만으로 RSP가 SPY 보다 더 우수한 종목이라고 손쉽게 단정 지을 문제는 아니다. 그보다는 RSP는 SPY보다 변동성이 큰 ETF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상승 구간에서도 더 빨리 상승하지만 반대로 하락 구간에서도 역시 RSP가 더 빨리 하락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1년 동안 RSP는 41.1% 하락해 38.3% 하락한 SPY 보다 부진했다. 물론 2009년 이후 시장이 다시 반등하면서 지난 10년 동안 RSP가 다시 우위를 보이고 있는 중이다. RSP의 상대적으로 높은 변동성은 RSP가 동일비중 ETF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SPY는 대형주의 비중이 크고 아무래도 대형주는 중소형주보다는 더 무겁게 움직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높은 변동성 가진 동일비중 ETF, 상승 국면에서 유리
그런데 금년만 보자면 미국 증시가 큰 폭으로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SPY의 수익성이 더 우수하다. SPY는 10월 초까지 18.5% 상승했고 RSP는 17.1% 상승에 머물고 있다. 큰 차이는 아니지만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이런 상황은 대체로 RSP에 유리한 환경으로 작용하게 된다. 금년과 같은 증시상승 국면에서 변동성 강한 RSP가 결국 SPY를 제치고 더 위로 올라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금 같은 증시 호조가 장기적으로 지속될지 여부는 불확실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여전히 주식시장은 상승할 것으로 보이고 그렇다면 투자대상으로 SPY보다는 RSP를 선택하는 것이 더 좋은 판단일 것이다. 지난해 이후 글로벌 주요 증시 중에서 가장 우수한 퍼포먼스를 보이는 곳은 미국 증시이다. 미국 주식 ETF에 대한 현명한 선택으로 성공적인 투자를 이어가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