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8월18일 (로이터/브레이킹뷰스) - 서방의 투자은행들은 중국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를 잃고 있다는 우려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중국의 대형 테크놀로지 기업들의 현재 행보가 이러한 우려의 근거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일부 대형 인수합병(M&A)은 전혀 은행들을 거치지 않고 성사되고 있다. 중국 최대 차량호출 서비스업체 디디추싱이 우버차이나를 350억달러에 인수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즉, 투자은행들은 M&A 수수료나 성과를 기대할 수도 없을 뿐더러 지분 판매와 같은 후속작업에 따른 짭짤한 수익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지난해 중국 테크놀로지 부문에서 성사된 M&A 규모는 약 680억달러 수준으로 두 배 가량 증가했으나, 이를 중개한 투자은행들이 챙긴 수수료는 60% 증가하는 데 그친 것으로 로이터 집계 결과 나타났다.
설상가상으로, 알리바바(Alibaba) BABA.N 와 바이두(Baidu) BIDU.O 와 같은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M&A를 추진하면서 투자은행들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다.
중국 스마트TV 제조업체이자 비디오 스트리밍 업체인 러에코(LeEco·樂視)의 윈스턴 청 기업금융 및 개발 담당 대표는 주로 전직 월가 전문가들로 구성된 인력 45~50명으로 M&A 전담팀을 꾸렸다고 로이터에 전했다. 청 대표 자신부터가 뱅크오브아메리카에서 M&A 전문가로 활약했던 경험이 있다.
러에코는 외부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미국 TV회사 비지오(Vizio) VZIO.O 를 20억달러에 인수하기 위한 협상을 추진 중이다.
이미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 은행들로서는 전혀 달갑지 않은 추세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에서 이미 상당수의 M&A가 외부 자문 없이 성사됐다.
쉬지 않고 기업 인수에 나서는 싱가포르의 국부펀드 테마섹(Temasek)의 경우 최근 수년간 내부 M&A 전담팀을 보강하고 있다.
미국 테크 부문에서도 이와 비슷한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기업들은 은행을 거치지 않고 M&A를 진행시키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MSFT.O 가 2011년에 스카이프를 85억달러에 인수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또한 알파벳 GOOGL.O 과 트위터 TWTR.N 의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이 그러했듯 월가 투자은행들의 전문가들은 한창 성장하고 있는 인터넷 기업들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중국에서는 투자은행 사업부문이 이미 수익을 올리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투자은행들로서는 이러한 추세가 더욱 우려스러울 수 밖에 없다.
중국에서는 투자은행들이 얻는 수수료는 낮고, 외부 자문의 가치를 인정하는 기업들이 극히 드물며, 지나치게 엄격한 규정들 때문에 국내 기업공개와 같은 비즈니스로 수익을 거두기도 어렵다.
만에 하나 짭짤한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부문이 있다 해도 이미 중국 은행들이 독식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가지 위안으로 삼을 만한 것은 국경간 대형 M&A의 경우 외부 자문을 받는 것이 의무화돼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공공기업을 인수하고자 한다면 외부자문은 필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에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며 과감한 M&A에 나설 배짱도 갖춘 기업들이 포진해 있다. 서방의 투자은행들이 포기하기에는 아까운 시장이다.(쿠엔틴 웹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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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최아영 기자)